한국의 유동성은 왜 부동산으로만 갔을까
정부가 돈을 풀었다. 저금리, 양적완화.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넘쳤다.
그런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미국에서는 빅테크가 성장했다. 독일에서는 제조업이 강해졌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자본을 축적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
같은 유동성 공급, 전혀 다른 결과. 왜 한국만 이런 걸까?
정부가 몰랐을까?
유동성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않는다. 돈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따라간다.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어디로 흘러갈지 설계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정책적 선택이다.
각 나라별로 유동성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보자.
| 국가 | 유동성 흐름 | 결과 |
| 미국 | 기업 회사채, 기술주, 벤처 | 빅테크 성장, 산업 혁신 |
| 독일 | 제조업 설비투자, 중소기업 | 산업 경쟁력 유지 |
| 일본 | 기업 내부유보, 해외투자 | 산업자본 축적 |
| 한국 | 부동산 | 자산 가격만 상승, 생산성 無 |
한국만 유독 생산적 투자가 아닌 부동산으로 쏠렸다.
정부는 무엇을 했나
유동성 공급: 했다
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여기까지는 다른 나라와 같다.
산업으로 유도: 안 했다
유동성을 산업으로 유도하려면 방법이 있다.
- 정책금융으로 기업대출 금리 낮추기
- 벤처·스타트업 투자 세제 대폭 확대
- 기업 설비투자 직접 보조금
- 회사채 시장 육성
한국 정부가 실제로 한 것? 제한적이거나 미미하거나 소극적이었다.
자본은 수익률을 따라간다. 부동산 수익률이 높으면 부동산으로 간다. 이걸 바꾸려면 부동산 수익률을 낮추거나, 다른 투자처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둘 다 제대로 하지 않았다.
부동산 규제: 했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정부는 분명히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다. 여러 차례, 강력하게.
그런데 방식이 문제였다.
부동산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원칙으로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공급을 제한한 채 수요만 억제하는 규제를 실행했다.
결과는? 잠깐은 가격이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격은 다시 상승한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이 더해진다.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면 소비자에게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규제가 오히려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핀셋 규제가 가격을 올리는 구조
이 흐름을 따라가 보자.
규제 발표
↓
"이 지역은 정부가 주목할 만큼 가치 있다"는 신호
↓
규제 지역 매물 잠김 (팔면 세금 폭탄)
↓
공급 감소 + 수요 유지
↓
가격 상승
↓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 이동 (풍선효과)
↓
전체 가격 상승
강남 규제하면 마용성으로. 마용성 규제하면 수도권 외곽으로.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유동성 공급 → 부동산 규제 발표 → 전문가들의 부작용 경고 → 경고대로 가격 상승.
결론: 구조를 보자
사건의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 유동성을 풀었다.
- 산업으로 유도하는 장치는 미흡했다.
- 부동산 규제를 했지만, 공급 없는 규제로 오히려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집중되었다.
개별 정책만 보면 각각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전체 흐름을 보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생산적 투자가 아닌 자산 가격 상승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마지막 질문
유동성을 늘린다는 것은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양적완화는 필연적으로 화폐가치 하락을 동반한다. 이는 곧 국민들이 보유한 자산의 실질 가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월급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저축의 가치가 희석된다.
그래서 유동성 확대는 매우 신중하게,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경제 위기 극복, 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국민의 자산 가치를 희생시키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성과가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우리는 왜 유동성을 늘렸는가?
그 결과로 무엇을 얻었는가?
국민의 자산 가치를 희석시킨 대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면,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었는가?
방향 없는 유동성은 어딘가로 흘러간다. 그것이 부동산이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