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오늘 아침, 당신은 몇 번의 선택을 했는가.
알람을 끄고 5분만 더 눕기로 한 것. 옷장에서 검은 셔츠 대신 흰 셔츠를 꺼낸 것.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얼음 적게요”라고 덧붙인 것. 이 모든 것이 선택이었다. 너무 사소해서 선택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 하지만 이 작은 결정들의 총합이 바로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것의 가장 작은 단위다.
자유는 거창한 단어다. 역사책에 등장하고, 혁명가들이 외치며, 헌법 첫 장에 새겨지는 무거운 개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유를 일상과 동떨어진 어딘가에 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유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자유는 작동하고 있다.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를 정의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단순하고,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라고 하기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단순한 방종이 아니다.
자유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신체의 자유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구도 나를 가두지 못한다는 것. 그 위에 표현의 자유가 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쓰고, 그릴 수 있는 권리. 더 깊은 곳에는 사고의 자유가 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스스로 결정하는 내면의 자유.
흥미로운 점은 자유가 항상 책임과 함께 온다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유롭다는 것은 편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무겁고 두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왜일까.
자유가 없을 때
자유의 가치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사라졌을 때 가장 선명해진다.
역사를 돌아보면 자유를 빼앗긴 시대의 기록들이 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끌려가던 시절, 읽고 싶은 책을 숨겨야 했던 날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숨기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 그때 사람들은 비로소 깨달았을 것이다. 숨 쉬듯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꼭 거대한 억압이 아니어도 좋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자유가 제한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할 때,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질 때. 그 답답함, 그 갑갑함이 바로 자유의 부재가 주는 감각이다.
감옥에 갇혀본 적 없어도 우리는 안다. 자유롭지 못한 삶이 어떤 것인지. 그래서 자유는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인간 존엄의 조건이 된다. 자유 없이는 온전한 ‘나’로 살 수 없다.
자유가 우리에게 주는 것
자유로운 환경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펼친다.
생각해보자. 실패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은 도전한다. 다른 생각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사람은 창의적이 된다. 자유는 성장의 토양이다. 씨앗이 아무리 좋아도 땅이 척박하면 자라지 못하듯, 인간의 가능성도 자유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핀다.
예술가들은 표현의 자유 속에서 걸작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사고의 자유 속에서 기존 이론에 도전했다. 기업가들은 선택의 자유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자유는 개인의 삶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엔진이 된다.
무엇보다 자유는 존엄과 연결된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존재.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누군가가 대신 모든 것을 정해주는 삶은 편할지 몰라도, 그 안에서 우리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간다.
자유의 역설
그러나 자유에는 역설이 있다. 모든 자유는 경계와 함께 존재한다.
내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충돌할 때, 어느 쪽이 우선인가. 내 표현의 자유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 그것은 여전히 보호받아야 하는가. 무제한의 자유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혼란이다.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만 한다면, 결국 힘센 자의 자유만 남는다.
그래서 성숙한 자유는 스스로 경계를 인식한다. 여기까지는 나의 영역이고, 저기부터는 타인의 영역이라는 것. 이 경계를 존중할 때 비로소 모두의 자유가 공존할 수 있다. 자유는 “나 혼자”의 개념이 아니다. “우리 함께”의 개념이다.
법과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약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자유를 지키는 울타리다. 교통신호가 있어서 우리는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제한이 있어야 더 큰 자유가 가능해진다.
자유를 지킨다는 것
자유는 한 번 얻으면 영원히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가 증명하듯, 자유는 쉽게 흔들린다. 안전을 명분으로, 효율을 명분으로, 때로는 선의를 명분으로 조금씩 잠식당한다. “조금만 양보하면 된다”는 말에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양보할 것조차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유를 지키는 일은 매일의 실천이다. 거창한 투쟁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선택들을 의식하는 것.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불편한 의견도 들어보려 노력하는 것. 때로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 이런 소소한 행동들이 모여 자유의 토대를 단단하게 만든다.
자유는 공기와 같다. 있을 때는 모르고, 없어져야 비로소 헐떡인다. 하지만 공기와 달리 자유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지켜야 하고, 그 누군가는 결국 우리 각자다.
오늘 하루,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았는가. 그 선택들이 당연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직 당신 곁에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가끔은 멈춰서 생각해보자.
오늘 나의 자유는 안녕한가. 그리고 내 옆 사람의 자유는 안녕한가.
